승무원의 태국 방콕 여행법

세시간전 | 2021-03-01 11:00읽힘 2429

방콕 비행은 꽤 힘들지만, 승무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테이션 중의 하나이다. 길지 않은 비행시간, 그리고 도착해서 누릴 수 있는 달콤한 것들 때문이다. 비행기가 뜨기도 전부터 우리는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허기진 배를 달래줄 쾅 씨푸드(주로 가는 호텔근처 로컬식당)의 메뉴들을 떠올린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가 되면 이미 메뉴 선정은 다 마친 상태다. 이 글을 적는 지금 이 순간도 내 입안에선 아밀라아제가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는 게 느껴지는 걸 보니 난 방콕비행을 꽤나 애정 했던 것 같다. 글 사진 피니

@evankrause_ 언스플래쉬

@evankrause_ 언스플래쉬

보통 방콕비행은 아침저녁 할 것 없이 다양한 시간대의 비행편이 있다. 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편수는 오전 9~10시대에 출발하는 비행기다. 이 시간대의 항공기는 항상 만석에 가깝다. 비행시간이 약 6시간 정도임을 감안하면 도착 예상 시간은 오후 3~4시. 입국 수속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하면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으로 간단하게 야시장도 구경할 수 있는 시간대여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보통 우리 승무원들은 도착하자마자 옷만 후다닥 갈아입고 시내로 튀어 나간다.

삼삼오오 모여 도착한 곳은 쾅씨푸드

쾅씨푸드에서의 식사

쾅씨푸드에서의 식사

서비스직은 노동 강도가 높기 때문에 생각보다 승무원들은 식사량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식당에 자리를 잡으면 언제나 다신 오지 않을 것처럼 주문을 한다. 3명 정도 같이 가면 보통 5~6개의 메뉴를 시켜 쉐어하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함께 한다. 맥주 한 모금을 들이키면 비행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 듯하다.

쾅씨푸드에서의 식사

쾅씨푸드에서의 식사

쾅씨푸드에서의 식사

쾅씨푸드에서의 식사

쾅씨푸드
툭툭이를 타고 야시장으로

툭툭이를 타고 야시장으로

그날 있었던 비행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은 후엔 바로 호텔에 돌아가기 아쉬워진다. 쉼없이 다가오는 툭툭이 기사님들의 호객 행위에 관광객인척, 열정 넘치는 흥정을 한다. 흥정에 성공해 툭툭이에 탑승하면 우리는 방콕 여행의 하이라이트 ‘야시장’으로 향한다. 덜컹덜컹 승차감은 불안하지만 코끝에 스치는 동남아의 바람 냄새가 꽤나 행복하다. 방콕에 규모가 크고 유명한 야시장들도 많지만, 우린 규모가 좀 작더라도 호텔에서 가까운 야시장으로 찾아가는 편이다.

숙소 근처 야시장으로

방콕 야시장의 모습

방콕 야시장의 모습

땡모반(생과일 수박주스)을 사서 쪽쪽 마시며 이것저것 구경한다. 분명 배가 부른데 음식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에 도전해보고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사먹어 본다. 어느샌가 저렴한 가격에 혹해 인테리어용 전구를 구입하는 나를 발견한다. 귀여운 에어팟이나 핸드폰 케이스에 마음을 뺏겨 순식간에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두 손에는 몇 개의 봉지가 달랑거리고 있다.

군침도는 길거리 음식

군침도는 길거리 음식

군침도는 길거리 음식

군침도는 길거리 음식

빠르게 시작하는 둘째날 아침

아침이 밝았다. 이때부턴 동료들과 같이 시간을 맞춰서 나가거나, 혹은 각자 리듬에 맞춰 하루를 보낸다. 특별한 스케줄이 아니고선 보통 둘째 날 저녁이 픽업(한국에 돌아가는 날)이라 하루를 빨리 시작해 픽업 전에 휴식을 취해야 한다. 바쁘다. 마사지도 받아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쇼핑도 해야 하며, 커피도 마셔야 한다. 활동하기 편한, 그러나 여리여리한 감성을 잃지 않는 원피스를 입는다. 얼굴은 선크림과 쿠션으로 대충 두드려준다. 로비에서 오늘 하루 쓸 바트를 환전을 한다. 머무는 기간이 짧다 보니 그리 많은 양을 환전하진 않는다. 보통 호텔에서 택시를 잡아주기도 하지만, 태국의 택시 앱인 그랩(Grab)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점심 식사는 MK수끼

매번 가는 MK수끼

매번 가는 MK수끼

방콕에 올 때마다 무조건 오게 되는 식당이다. 더부룩하지도 않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으며 착한 가격이 특히 장점이다. 나만의 레시피는, 고기를 많이 넣지 않고 각종 야채들과 버섯, 피쉬볼 그리고 소스에 딸려 나오는 마늘과 다진 고추를 육수에 다량 투하하는 것! 국물의 감칠맛이 훨씬 깊어진다. 추가로 커스타드 번도 꼭 먹어줘야 하는 메뉴다.

마치 호빵같은 커스터드 번

마치 호빵같은 커스터드 번

MK수끼 at central world

태국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카페

팩토리 커피 방콕

팩토리 커피 방콕

다시 공항으로 향하기 전, 잠을 못 자더라도 커피 한 잔은 해야 할 것만 같다. 방콕에는 정말 핫하고 세련된 까페들이 많다. 최근 들어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진 팩토리 커피 방콕은 바리스타 챔피언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로 현지에서도 유명한 카페다. 평소 라떼를 좋아하는데, 산미가 많이 없고 고소해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곳.비주얼적로도 손색이 없고 태국 현지 젊은이들도 많이 이용하는 곳 중 하나다.

팩토리 커피 방콕

팩토리 커피 방콕

팩토리 커피 방콕

팩토리 커피 방콕

팩토리 커피 방콕

태국은 역시 마사지!

릴렉스 스파

릴렉스 스파

이쯤되면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 두었던 마사지를 받으러 가야할 시간이 다가온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씨암을 비롯한 다른 대형 쇼핑몰에 가 이것저것 구경하는 시간도 갖지만 보통 체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승무원들이 최근 2~3년동안 자주 가는 마사지샵은 릴렉스 스파라는 곳이다. 분위기나 청결도 면에서 특히 만족스러우며 가성비도 매우 좋다. 관리사분들도 친절하고 아이패드로 미리 내가 원하는 부위 & 마사지 강도를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청결도 면에서 매우 만족스러워 승무원 업계 내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마사지를 다 받고 나면 주는 태국 디저트, 망고 라이스는 굳이 밖에서 사 먹지 않아도 될 만큼 퀄리티가 좋다.

릴렉스 스파

릴렉스 스파

릴렉스 스파에서 제공한 망고 라이스

릴렉스 스파에서 제공한 망고 라이스

RELAX SPA & MASSAGE

마트에서 마지막 쇼핑을

마사지를 받은 후에는 보통 네일과 페디큐어를 받는다. 마사지도 받고 예쁘게 만족할만한 패디를 받고 매우 흡족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신이난 상태. 픽업 시간이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슬슬 쉬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해온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트에 들러 간단히 주전부리 그리고 태국에서 요새 핫하다는 아이템들을 구입한다. 대체 뭐에 홀려서 태국에서 트리트먼트와 치약까지 사는진 모르겠으나 한국보단 싸니 일단 사고 본다.

방콕에서 마트 쇼핑은 필수

방콕에서 마트 쇼핑은 필수

사실 승무원들도 유튜브나 인스타 보면서 트렌디한 물건들을 미리 검색한다. 아무래도 잦은 비행으로 직접 현지에 가서 빠르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 일반인들과 똑같이 구매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태국 방콕에 가면 꼭 구입하는 아이템들은 아래와 같다. 🛒태국 방콕 쇼핑리스트🛒 - 하오위리안 옥수수맛 밀크젤리캔디 캔디보다는 쫀득한 젤리 느낌에 가깝다. 구수한 옥수수 향이 나는 젤리로 입이 심심할 때 먹기 좋다. 선물용으로 좋다. - 선실크 헤어팩 양도 많고 한국보다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다. 선물용으로도 많이 사는 품목으로 가성비 대비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 핑크색을 선호한다. 2019년부터 국내에서도 구입 가능하다. - 센소다임이나 기타 브랜드 치약 요샌 한국에도 많이 들어왔지만, 태국 마트에 가보면 다양한 치약들이 많다. 디자인이 이쁘다든가 미백 성분이 높다든가 하는 다양한 치약이 많으니 직접 보고 마음에 드는 걸 구매해보자. - 폰즈파우더 습한 여름, 화장 후 살짝 얹어주면 지속력이 좋다. 나 같은 경우엔 장거리 비행을 갈때 지속력을 높히기 위해서 마지막 단계에 큰 브러쉬로 살짝 쓸어준다. 단, 양 조절을 잘못하면 텁텁해질 수 있다. - Big sheet 김과자 마트나 편의점 어디서든 살 수 있다. 양은 적지만 맥주 안주로 딱이다. 양이 좀 작아서 10개는 기본으로 쓸어 담는 편이다. 최근엔 베지크리스피 종류도 인기라고. - 다우니 캡슐세제 혼자 살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에게는 쇼핑품목이 늘 더 추가된다. 왜 다른 나라 가서 세제까지 사냐고 하지만 난 미국에서 케첩까지 사는 사람이다. 일단 생필품 중에 한국 대비 가격이 저렴하거나 평이 좋은 물건은 일단 담고 본다. 여기저기 검색에 많이 올라오니 핫한 아이템인 건 확실하다. ✔️ PLUS 태국은 정말 자잘하게 쇼핑할 것들이 많은 나라다. 그중 번화한 도시 방콕에선 이것저것 구경할 것이 많아 마트만 구경해도 시간이 금방 간다. 이외에도 화장품들이 다양하게 많지만 각자 피부 상태에 맞게 현명한 구매를 하길 추천한다.

여행의 끝

이젠 쉬어야 할 시간이다. 다시 한국에 돌아갈 에너지를 비축해야 하니 서둘러 호텔로 복귀한다. 쇼핑한 물건들을 보며 매우 흡족해하며 좁디좁은 가방에 테트리스로 눌러 넣어본다. 이제 픽업 전까지 약 3시간 정도 잘 수 있다. 무조건 자야 한다. 안 그러면 밤을 꼴딱 지새우고 한국에 가야 한다. 어떻게든 타지에서 억지로 잠을 청해 본다.

룸서비스로 즐기는 팟타이

룸서비스로 즐기는 팟타이

선잠을 자고 난 뒤 비행 준비를 하고 아까 못 먹은 팟타이를 룸서비스로 흡입한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끌고 호텔 로비에서 픽업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비행 브리핑을 한 뒤 공항으로 가는 픽업 버스에 몸을 싣는다. 오늘의 승객들은 어떤 분들이 타시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잠시나마 눈을 붙인다. 깜깜하던 버스에 다시 불이 켜지면, 이제 일터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오늘도 무사히 한국까지 아무 일 없길. 방콕아 안녕, 또 올게!

* ‘피니'는 11년차 승무원이다. 2010년 중국 항공사에서의 2년 근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 항공사에서 근무 중이다. 사람이 좋아서, 여행이 좋아서 시작한 일. 꿈을 이룬 지 어느새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긴 시간 동안 승무원이란 일을 하며 경험했던 세계 여러나라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