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입이 즐거웠던 남미의 로컬푸드

세시간전 | 2021-02-09 14:00읽힘 4735

잉카 문명이 잠들어있는 마추픽추,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 우유니 소금사막,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이 사랑한 아타카마 사막 등 많은 감동을 주었던 36일간의 나 홀로 남미 여행. 남미가 간직한 신비롭고 거대한 자연도 좋았지만 식도락을 삶의 모토 중 하나로 삼아왔던 여행자에게는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로컬푸드를 찾아서 즐기는 일 역시 자연을 감상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한 즐거움이었다. 지갑을 여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을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했던 남미 로컬푸드들을 소개해본다. 글 사진 유지

상큼한 페루식 물회 세비체(Ceviche)

@yuji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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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체는 회처럼 얇게 뜬 해산물을 레몬즙이나 라임즙에 재우고 다진 채소를 함께 곁들여서 차갑게 먹는 음식이다. 일종의 남미식 회무침이나 물회라고 생각하면 친숙하다. 더운 날씨에 재료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 해산물이나 생선 살을 산이 강한 과일즙에 절여 먹는 것에서부터 유래한 세비체는 페루의 해안 도시에서 가정식으로 주로 즐긴다. 한국에서 물회를 먹을 때 주식인 밥을 곁들이듯 페루에서는 주식인 옥수수를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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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의 세비체 레스토랑 <Ceviche Seafood Kitchen>에서 맛본 세비체는 라임 주스에 절인 생선에 큼직큼직한 안데스 옥수수 알맹이, 당근과 헷갈릴 정도로 주황빛이 돌던 고구마, 옐로우 칠리소스, 양파, 고수를 더했다. 첫입에는 특유의 시큼한 맛이 조금 낯설지만 먹을수록 오묘하게 끌렸다는 후문.

세비체 씨푸드 키친

바나나튀김을 얹은 소고기 볶음밥, 마하오(Maj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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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오(Majao)는 볼리비아 전역에서 흔하게 즐기는 전통음식이다. 향신료와 말린 소고기구이로 밥을 볶고 그 위에 바나나 튀김과 달걀프라이를 얹었다. 만약 한국에서 바나나를 후식이 아닌 반찬으로 먹는다면 괴식 콘텐츠를 만들기에 딱 좋은 메뉴의 조합이었겠지만 남미에서는 바나나가 반찬으로 흔히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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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식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바나나 튀김, 쁠라따노 프리또에 사용되는 바나나는 우리가 흔히 먹는 바나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에 비해 단맛이 덜하고 크기가 큰 플랜틴(Plantain)이라는 종류다. 전분 함량이 높아 열을 가하면 단맛이 높아지므로 날것으로는 먹지 않고 굽거나 튀겨 반찬, 사이드 메뉴로 만들어 먹는다.

루씨에르나가스 레스토랑

칠레에서 찾은 고향의 맛, 까수엘라(Cazu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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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일의 남미여행 중 거의 막바지에 들른 칠레 산티아고에서 고향의 맛을 찾았다. 칠레 요리 중 가장 대중적인 음식인 까수엘라(Cazuela)가 그 주인공이었다. 까수엘라는 원래 스페인어로 '토제 냄비'라는 의미로 스페인의 냄비 요리를 총칭하는 단어라고 한다. 스페인의 국물 냄비 요리가 칠레로 넘어오면서 약간 변형이 된 것으로, 앞서 방문했던 페루나 볼리비아에서도 까수엘라와 비슷한 소파 데 뽀요(Sopa de pollo)같은 음식들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칠레의 까수엘라다. 까수엘라는 고기와 소고기 두 가지 육류로 끓이는데 닭고기는 삼계탕, 소고기는 갈비탕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고기 이외에도 옥수수, 감자 등의 구황작물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물가가 비싼 칠레에서 속은 따뜻하게, 배는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요리다. 단 고수가 엄청나게 올라가므로 향에 취약한 사람은 주의할 것!

산티아고 센트럴 마켓

볼리비아 국민 브런치, 살테냐(Salteñ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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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를 대표할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인 살테냐(Salteña)는 원래 에스파냐 북부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인 '엠파나다(empanada)'에서 변형된 음식이다. 겉으로 보기에 두 음식은 만두 같은 형태로 비슷해 보이지만 속재료를 감싸고 있는 반죽의 질감도 다르고 속 재료의 상태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살테냐의 경우 엠파나다에 비해 반죽이 더 두껍고 단단하며 속 재료는 흐르는 육즙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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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만큼 여행을 하면서 자주 접할 기회도 많았는데, 볼리비아의 행정수도인 라파스의 <PACEÑA La Salteña>와 볼리비아의 사법수도인 수크레의 <Salteñeria El Patio>가 유명한 편이다. 특히 수크레의<Salteñeria El Patio>는 볼리비아 전국 살테냐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장인의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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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육류와 채소, 향신료를 두꺼운 만두피 속에 가득 채워 오븐에 구워내는데 만두피를 깨면 육즙이 흐르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깨뜨려 떠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살테냐를 주로 간단한 아침 겸 점심 식사로 즐기기에 살테냐 가게는 오후 2~3시 이전까지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살테네리아 엘 파티오

맛이 없을 수 없는 돼지고기 튀김 치차론(Chichar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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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원주 미로시장 타코집의 신메뉴로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던 치차론(Chicharron)은 스페인어로 '돼지비계'를 의미한다. 원래는 돼지껍데기를 튀겨 에피타이저로 내는 요리였지만 현재는 삼겹살이나 갈비 등 다양한 부위를 사용하기도 한다. 레스토랑에서 원플레이트 요리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중적인 음식이라 저렴한 길거리 음식으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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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모았을 때 가득 차는 양이 3솔, 한화로 약 920원 정도의 가격이다. 조금씩 다르지만 짙은 갈색을 띠는 것이 튀긴 삼겹살이고 흰 빛깔을 띠는 것이 튀긴 비계인데 겉은 딱딱할 정도로 바삭하고 속은 쫄깃쫄깃한 데다 짭짤한 소금간이 되어 있어 맥주 안주로도 제격인 맛이다.

메르카도 산 페드로

페루의 이색 전통음료 치차모라다(Chicha Mo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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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식혜처럼 페루에서도 흔하게 마시는 전통 음료가 있다. 스페인의 아메리카 정복 이전부터 원주민들이 즐겨왔던 치차모라다(Chicha Morada)는 남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안데스산맥의 자색 옥수수를 빻아서 레몬, 계피와 같은 다양한 향신료와 함께 끓여 만든 음료이다. 자색 옥수수로 만들어졌지만 옥수수맛은 전혀 나지 않고 상큼하고 달달한 맛이 대부분인데 국민 음료인 만큼 레스토랑이나 시장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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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는 치차모라다 맛 캔디나 젤리도 판매하고 있다. 얼마나 대중적으로 마시는 전통 음료인지, 페루에서 코카콜라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 잉카 콜라와 치차모라다가 함께 언급될 정도.

메르카도 산 페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