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호텔 혜화1938에서의 하룻밤

세시간전 | 2021-08-08 17:00읽힘 1452
혜화1938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에는 아직도 한국의 전통 주택이 많이 남아 있다. 숙소, 식당, 카페 등의 형태로 용도가 바뀌어 젊은이들에게는 데이트 코스,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한국의 전통미를 보여주는 관광 코스로 인기다.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는 전주한옥마을, 공주한옥마을, 북촌마을 등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경험은 있으나 온전히 하룻밤을 머물며 한옥을 체험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더 기대되고 설레는 혜화1938에서의 시간이었다.

 

 

 

 

한옥호텔에서의 하룻밤.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것에 길들여져, 가장 한국적인 건축 공간에서 머무는 게 오히려 낯선 경험으로 다가왔다. 글 사진 청금

 

 

 

 

     

혜화1938의 첫인상

혜화 1938 입구

혜화 1938 입구

명주실을 칭칭 감고 있는 철사로 만든 북어

명주실을 칭칭 감고 있는 철사로 만든 북어

중문을 밀어 드디어 안쪽 세상으로 입장한다. 두 개의 문을 통과하며 8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만 같았다. 혜화1938은 1930년대에 지어진 근대 한옥이다. 80살이 넘은 건물이지만 전혀 늙은 기운이 없다. 옛것의 묵직함부터 현대적인 세련미까지, 긴 시간을 곱게 머금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안뜰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안뜰

한옥에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졌다

한옥에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졌다

건축 사무실로 사용 중인 공간의 벽면

건축 사무실로 사용 중인 공간의 벽면

중정 한가운데 서서 4면을 둘러본다. 'ㄴ'자 형 안채, 입구, 건축 사무실로 사용 중인 공간의 벽면. 그리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늘로 향한다. 한밤에도 이른 아침에도 혜화 1938에서는 수시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면으로 이어지는 처마 프레임에 담긴 하늘은 오직 이곳에 찾은 이만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작품이었다.

수시로 올려다 보게 되는 하늘

수시로 올려다 보게 되는 하늘

     

본채, 다이닝 공간

미닫이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미닫이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대청마루는 입식 구조로 꾸며졌다.

대청마루는 입식 구조로 꾸며졌다.

미닫이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니 현대적인 다이닝 룸이 펼쳐진다. 옛날에는 대청마루로 사용되었을 곳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생활하는데 편리한 입식 구조로 꾸며 놓았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다이닝 룸

가장 오래 머물렀던 다이닝 룸

혜화1938에 머물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여기다. 야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으며 중정을 바라보았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 눈이 가는 것을 골라 각자 편한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식기도 준비되어 간단한 요리를 해먹기도 좋다.

식기도 준비되어 간단한 요리를 해먹기도 좋다.

책장을 넘기며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

책장을 넘기며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

다도세트도 준비되었다.

다도세트도 준비되었다.

차 한잔의 여유

차 한잔의 여유

     

본채, 침실

본채 침실

본채 침실

포근한 분위기가 감돈다

포근한 분위기가 감돈다

포근한 분위기가 감돈다

포근한 분위기가 감돈다

나눔의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면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침실로 들어간다. 다이닝룸과 이어지는 침실, 시선이 가는 모든 곳이 예뻤다. 특히 중정을 내다볼 수 있는 격자창과 그 앞 툇마루는 인증샷을 찍기에도 좋은,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중정을 내다볼 수 있는 격자창

중정을 내다볼 수 있는 격자창

하얀 톤의 본채 욕실

하얀 톤의 본채 욕실

     

별채, 침실

별채

별채

침실 공간

침실 공간

지인에게 본채의 침실을 넘기고 나는 좀 더 예스러운 별채 침실을 택했다. 드르륵. 문을 열고 신을 신은 다음 별채로 건너간다. 별채에는 왕이 앉고 누울 법한 의자와 침대가 놓여 있다. 침실에서 창호지 문을 열면 마당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눈 또는 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더 운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싶다.

 

 

창호지 문 너머로 보이는 안뜰

창호지 문 너머로 보이는 안뜰

별채에서 가장 튀는 공간은 파우더룸이 더해진 욕실이다. 전면에 짙은 초록색 타일이 붙어 있는데 내 방이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맘에 들었다.

파우더룸

파우더룸

안채보다 더 넓은 욕실 공간

안채보다 더 넓은 욕실 공간

욕실 너머에 노천탕이 위치한다.

욕실 너머에 노천탕이 위치한다.

한옥호텔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는데 착각이었다. 1박2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혜화 1938에 머무는 시간은 편안하고 평안했다.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아침 햇살을 맞으며 잠시 다른 세상을 살다 온 것 같았다.

다도 세트는 물론 식기 세트도 충분하다.

다도 세트는 물론 식기 세트도 충분하다.

커피 머신도 구비됐다.

커피 머신도 구비됐다.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보낸 밤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보낸 밤

   

혜화 1938 여행지, 한양도성

한양도성길 인왕산 구간
말바위 전망대로 향하는 길

말바위 전망대로 향하는 길

목적지는 말바위 전망대.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도심의 풍광은 감동이었다.

 

 

 

 

서울 도심의 풍광

서울 도심의 풍광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빌딩 숲 사이에서도 시선은 가장 한국적인 경복궁에 꽂힌다. 고궁이 좋고 한옥이 좋다. 한국이 좋다. 코로나19 때문에 멀리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속상하지만 덕분에 우리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