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달살기🏡 시작은 숙소 구하기
제주에 산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어 간다. 코로나 때문에 무산된 뉴욕 한 달 살기 대신 제주 반년 살기로 방향을 바꾸었던 것이 작년 봄. 그렇게 잠깐만 지내려던 제주에 어느덧 일 년째 머무르며 제주도민의 일상을 누리고 있다. 육지에서 내려와 제주에 살고 있다 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근데 집은 어떻게 구했어?” 글 사진 살구
집 구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제주살이의 목적
제주살이를 꿈꾸는데 숙소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나는 되묻는다. “왜 제주도에 살고 싶은데?” 한 달 동안 제주 곳곳을 여행하려는 목적인지, 제주에 취직해서 진짜로 제주도민이 되어보고 싶은 건지에 따라 숙소의 유형과 추천하는 지역 범위도 달라진다.
제주도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한 달 살이파
알바나 회사를 관두고 공백기가 생겼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해외여행도 못 간 당신. 그렇다고 짧은 국내 여행으로는 아쉬워 제주 한 달 살기에 도전한다면? 이왕이면 도시보다는 자연 속에 위치한 숙소를 구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뚜벅이 여행자가 외진 곳에 집을 구했다가는 숙소에서 먼 관광지까지 당일치기 나들이는 꿈도 못 꾸고, 해가 지면 숙소에서 나올 수도 없게 된다. 버스도 일찍 끊기는 데다 길에 사람이 없어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십중팔구 동네 음식점도 일찍 닫으며, 심지어는 가로등이 없는 지역도 많다. 운전을 잘해서 차를 가져오거나 렌트카를 빌린다면, 어느 지역에 머물든 상관없지만 뚜벅이로 한달살기를 할 예정이라면 상황은 많이 다르다.
만약 뚜벅이로 한달살기를 할 예정이라면, 바다가 가까워 제주의 자연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고 적당히 상업화되어 돌아다니기 편한 지역을 추천한다. 대체로 제주시 애월이나 함덕, 서귀포 안덕 같은 지역을 추천하는 편이다. 버스 배차 간격도 짧은 편에 주변에 핫플도 많은 편이다. 해당 지역에는 혼자 살기 적당한 규모의 펜션에서 한 달 살기용 상품을 상시 판매한다.
혼자 살 것이냐, 같이 살 것이냐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20대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한 달 살기. 숙소비와 식비를 아끼고 매일같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 스탭은 생각보다 할 일이 많으며, 생각보다 놀 시간이 많지 않아 여행에 집중할 수는 없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주살이를 경험해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 그래도 30대 이후부터는 숙소에 조금 더 투자해서 혼자 사는 것을 추천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사람이 그리울 땐 여행 앱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동행을 구해보면 어떨까.
제주 워킹홀리데이, 제주에서 일을 한다면
필자는 제주에 내려와서도 계속 일을 하기 위해, 편의시설이 많은 제주 시내에서 살기로 했다. 육지에서 홀로 제주로 향했기 때문에 가져가는 짐도 최소화했다. 숙소의 경우, 모든 가구가 이미 구비된 풀옵션 원룸을 구했다. 숙소를 구하는 과정은 어느 지역에서든 거치는 절차와 같다.
‘오일장닷컴’과 ‘네이버 부동산'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확인하고 해당 지역 부동산 블로그에 올라온 실제 사진과 영상을 확인했다. 제주에는 월세를 일 년 치 미리 납부하는 연세라는 개념이 있으니 1년 살기를 할 계획이라면 연세로 들어가도 좋다. 네이버 카페 ‘제사모'처럼 제주 이주민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나 당근마켓에서 계약 기간이 남은 세입자가 나가려는 방을 양도받으면 복비를 아낄 수 있다.
제주 시내에 산다는 건
내가 사는 제주 시내에는 대형마트와 병원 등 모든 편의시설이 집중되어 있다. 공항에서 가까운 데다 제주에 드문 대형병원이 위치하다 보니 버스 노선도 잘 구비됐다. 그래서인지 뚜벅이로 일 년을 살면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집 밖을 나가면 여느 도시와 다름없어서 제주도에 사는 것 같지 않다고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나는 이곳에서 일도 하고 밥도 해 먹고 운동도 하고, 누구나처럼 일상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주살이를 떠올리면 으레 현무암을 쌓은 돌담과 세모 지붕을 한집에서 사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우리 집은 전국 어디에나 있는 신축 오피스텔 원룸이다. 그렇지만 남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제주공항과 바다가 보인다. 겨울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쳐다봤는데 푸른 하늘 사이로 눈 쌓인 백록담 봉우리가 보일 때, 또 저녁때쯤 바다 위로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배경으로 이륙하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느낀다. 아 제주에 살아서 행복하다.
제주에서 집 구할 때 꼭 체크할 것
🚌 교통편 : 뚜벅이라면 본인이 구하려는 집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지, 배차 간격은 어느 정도인지 꼭 확인하자. 🍽 취사 : 한 달 이상 머무르게 되면 매번 끼니를 사 먹을 수 없으니 취사 가능한 숙소를 구해야 식비 절약이 가능하다. 시내는 배달도 되고 밤새 영업하는 가게가 많지만 그 외의 지역은 해만 져도 식당들이 문을 닫는다. 배민을 켜도 ‘텅'만 뜨는 곳이 부지기수. 도보 거리에 마트가 있는지도 확인하자. 🧴 클린하우스 : 제주에 산다면 꼭 알아둬야 할 제주만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 매 요일마다 정해진 품목만 분리수거가 가능하며 오후 3시 이후에만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그래서 오전에 출근하는 사람들은 차 트렁크에 쓰레기 봉지를 넣고 다니다 세 시 이후에 클린하우스를 발견하면 그때 버리기도 한다. 클린하우스가 집에서 가까운 지 꼭 확인해 볼 것.
🌞 여름에 체크할 것 : 여름에 제주살이를 할 예정이라면 제습기는 필수. 상상 그 이상으로 습하다. 태풍도 잦고 장마도 길어서 제습기 없이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 당근에서 저렴한 걸 구해보자. 제주도는 택배 배송비가 비싸기 때문에 당근 거래가 활발하다. ☃️ 겨울에 체크할 것 : 제주는 아직도 LPG 보일러를 사용하는 집이 많은데, 겨울철 난방비가 어마어마하다. 모르고 신나게 틀었다가 월세보다 더 비싼 난방비를 납부해야할 수도 있다. 구하려는 집이 도시가스인지 꼭 확인하자.
* 여행 크리에이터 '살구'는 현재 제주살이 중이다. 코로나로 인해 뉴욕 한 달 살기를 포기한 대신 제주로 향한 게 벌써 일 년 전 일이다. 낭만적 여행과 그 후의 일상을 살아가며 제주에서의 삶을 소담히 담아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