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블로거가 말하는 '여행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
최근 5년 사이에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직업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인플루언서나 블로거 역시 그렇다. 여행블로거인 필자도 과거에는 스스로를 프리랜서라고 소개했지만 요즘은 블로거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블로거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가 높아진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이렇듯 첫 직업을 선택하기 시작한 10대 후반이나 20대들 중에서도 이런 직종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이 많은데, 7년차 여행블로거의 입장에서 '여행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의 명암을 소개해본다. 글 사진 유지
어쩌다 여행블로거

휴학 중 스냅 회사 재직(?) 시절
필자도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입시지옥의 대한민국 고교생이었다. 건강 악화로 자퇴 후 6개월 간 병동 생활을 하는 중에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퇴원 후에는 검정고시로 친구들보다 1년 늦게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학교를 잘 다니다가 대학교 2학년 때 사진이 관심이 생기면서 휴학을 하고 등록금으로 카메라를 장만했다. 그리고 스냅회사에 들어가 웨딩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음, 그럴 수 있지' 하는 인생이었다.

필자의 블로그 화면
6개월 정도 사진을 배우고 다시 복학해 일상으로 돌아갔다. 사진은 취미로도 계속 찍었는데 일상 사진들을 어디 써먹을 데가 없어서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시시콜콜한 일상들로 꾸준히 운영을 하다 보니 방문자와 구독자도 많이 늘어나고 제품 등의 협찬을 해주는 곳도 생겼다. 직접 찍고 쓴 사진과 글로 일상이나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재밌었는지 다시 휴학을 했고 더 이상 휴학을 연장할 수 없을 정도로 학업을 쉬었을 때 결국 자퇴하기로 마음먹었다. 졸업까지 1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단 1년도 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첫 팸투어의 추억, 그리고 팸투어의 장단점

홍콩 느낌 가득한 청킹맨션

홍콩의 아름다운 야경
여행 블로거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첫번째 팸투어의 기회는 휴학 중이었던 2016년 가을에 찾아왔다. 가족과의 해외여행기를 블로그에 기록했는데, 평소 필자의 블로그를 좋게 봐주신 이웃 블로거 분이 팸투어 담당자님께 추천을 했단다. 그렇게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떠났던 첫 팸투어는 홍콩관광청과 홍콩익스프레스가 주관하는 여행이었는데 나중에 담당자님께 '저를 왜 뽑으셨나요' 하고 물어보니 사진과 글에 정성이 보였다고 했다(자랑 같아서 쓰기 싫었지만 그만큼 퀄리티는 중요하다). 지금은 시위에 코로나 시국까지 겹쳐 지금은 가기 힘들게 된 곳이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첫 팸투어다.

뉴사우스웨일즈주관광청 X 캐논코리아 주관 호주 팸투어

유레일패스 주관 유럽 팸투어
여행블로거로서 떠나는 해외 팸투어의 형태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관광청, 항공사, 현지 여행서비스 기업, 호텔예약사이트, 호텔그룹 등 다양한 기관에서 진행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항공권이나 숙소, 전일정 식사 등 전반적인 사항이 지원되고 쇼핑 등 개인적인 일정에 드는 비용은 제외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여기까지 지원되지만 간혹 원고료를 따로 책정해주는 건도 많다.

호텔온센닷컴 주관 큐슈 료칸 자유여행

샌즈리조트그룹 주관 마카오 자유여행
팸투어가 아닌 자유여행 형식으로 항공권과 숙소만 지원되는 방식도 있는데 두가지 모두 각자의 장단점이 존재한다. 전자의 경우, 대개 전체 일정이 정해져있어 심신이 비교적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케줄이 빡빡한 경우 가고싶었던 곳을 개인적으로 돌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단점이 있다. 반면, 후자의 경우 친분 있는 여행블로거와 함께 자율적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숙소 이외의 자유 일정을 직접 계획해야 한다는 점과 팸투어 대비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필리핀관광청 X 세부퍼시픽 주관 시아르가오 팸투어

태국관광청 X 타이항공 주관 방콕 푸켓 팸투어
첫 팸투어를 다녀온 2016년은 필자가 25세 되던 해였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4~5년 동안 50회 이상의 팸투어를 다녀왔다. 팸투어든 자유여행 타입이든, 여행블로거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바로 다양한 여행지를 적은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지역을 빠르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아마 평범한 대학생이나 직장인이었다면 벌어서 다녀오기에는 불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여행이 끝난 후 사진 보정과 포스팅 업로드 등 집에서 해야 할 숙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이지만 여행하며 사진 찍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행블로거는 천직이 아닐까 싶다.

차 안에서 멍하니 바라본 푸켓의 일몰

호텔 조식은 새벽부터 촬영해야 제맛!

비행 중에도 해야 하는 사진 보정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존재한다. 여행블로거도 일단 '직업'이기에 팸투어로 떠나는 여행도 어쨌든 '일'이 된다. 정해진 스케줄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중 끝내주는 일몰을 만나도 촬영하러 나갈 수도 없고 온전하고 정갈한 상태의 조식을 담기 위해 레스토랑에 가장 먼저 출석하는 일, 연속되는 여행에 비행 중에도 쉬지 못하고 사진 보정을 해야하는 일 같은 건 아주 흔히 있다. '공짜로 여행 다녀서 좋겠다'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실 이런 고생들을 생각하면 차라리 돈 쓰고 마음 편하게 즐기러 가는 여행이 낫다. 경험을 위한 여행을 원한다면 추천하는 직업이지만 즐기기 위한 여행을 원한다면 추천하지 않는 직업이다.
여행블로거 유지의 베스트 여행

페루 마추픽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세계 각국을 다녀왔지만 가장 좋았던 여행은 역시 혼자서 자유여행으로 다녀온 5주 간의 남미여행이었다. 인천-리마 항공권을 37만원에 득템해서 마냥 좋았는데 카메라 장비를 400만원 어치 털려버린 아픈 기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베스트로 꼽은 이유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광활하고 경이로운 자연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행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여행 시작 첫 5일은 사진에 집착하느라 카메라 장비를 짊어지듯 여행해서 심신이 피곤했는데 장비를 털린 이후부터는 여행 자체를 즐기게 되었던 것이다. '좋아하는 여행을 일로 하면 좋겠다'는 예전의 마음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달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 내면에는 나름의 고민들이 있다는 것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에 갇혀버린 세계여행 블로거의 일상

경북소셜문화관광과 협업한 예천여행

카이트와 협업한 진도 쏠비치 리조트
생계에 위협이 될 정도의 역병을 현생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코로나19로 하늘 길은 기약 없이 막혀버렸고 필자 역시 2월 말 태국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출국을 하지 못했다. 세계여행 하려고 자퇴까지 했는데..! 사람이 망할 때 이렇게 망하는 건가 싶었는데 국내여행 붐이 일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에게 신혼여행지로 인기였던 제주도가 다시 신혼여행지 1위가 되었고, 우리나라에 이런 지명이 있었나 할 정도로 생소한 농어촌들이 힐링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다행히 국내여행과 관련된 공공기관과 몇몇 업체와의 협업으로 국내에서나마 좋아하는 일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전에는 몰랐던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오랜만에 단풍을 만나게 해준 안동의 가을
지난 1년간 국내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깨달은 점은 우리나라에도 외국 못지 않게 예쁜 곳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제주도는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두어 번 간 것이 전부였는데 작년과 올해 자주 다녀오게 되면서 계절마다 가도 색다르겠구나 싶었달까.

니콘 정기 리뷰어 활동

니콘이미징코리아 유튜브 라이브 강의

취미 겸 반직업적으로 하는 모델 촬영
국내여행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제품 리뷰, 모델 촬영같은 일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사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업이라 기본적으로 카메라와 친해서 제품 리뷰 같은 경우는 카메라 리뷰를 주력으로 하는 편인데 카메라 리뷰를 하다 보면 이와 연관된 사진이나 카메라 강의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현재는 개인적으로도 사진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될 수 있는 여행블로거

글을 마무리하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행블로거가 될 수 있다. 여행을 업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드리는 약간의 조언 첫번째, 일상을 담는 것부터 시작할 것.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글을 쓰는 습관이 길러지지 않았던 초반이었다. 긴 글이 아니어도 좋다. 가볍게 일상부터 담으면서 글을 조리있게 쓰는 습관을 길러보자. 두번째, 포스팅 퀄리티에 신경쓸 것. 블로그를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라 생각하고 정성스러운 콘텐츠로 채워야 한다. 1일 1포스팅에 집착해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콘텐츠 하나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좋다. 사진에 신경쓰거나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하는 등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구독자도 늘어난다. 시작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사진과 관련된 무료 강의(캐논/니콘/소니 유튜브에서 무료 강의가 많이 진행된다)를 시청하거나 영향력 있는 여행블로거들의 편집 스타일을 참고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번째, 대학생이라면 트래블리더나 조이버 등 국내여행 및 항공사 관련 대외활동도 노려보자. 열정페이인 경우가 많지만 대학생 신분으로만 할 수 있는 대외활동이기에 여행을 업으로 하는 것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고 이후에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시작은 미미하다. 자신만의 여행기를 꾸준히 정성스럽게 기록하다 보면 어쩌다 여행블로거가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