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 취하는 몽골, 은하수를 담다

세시간전 | 2021-04-14 17:00읽힘 2266

온라인 사진 카페에서 "몽골 은하수 촬영 출사"를 소개하는 포스트를 접했다. 투어를 설명하는 몇 장의 사진을 보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전율이 찌릿 느껴졌다. 오랫동안 몽골 여행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혼자 떠나는 여행을 선호하지만 몽골은 인터넷 사정도 좋지 않고 너무나 광활한 까닭에 자유여행을 계획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미루고 있던 곳인데 "촬영 출사"라는 모습으로 몽골이 내 앞에 성큼 다가왔다. 글 사진 청금

몽골 고비사막의 풍경

몽골 고비사막의 풍경

뭐에 꽂히면 온통 그 생각뿐인 성격이기에 이내 결심했다. 가자 몽골!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그리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일사천리로 참여 신청을 하고 예약금까지 걸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소풍날을 기다리는 것처럼 몽골로 떠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공항에서 앞으로 6일 동안 시간을 같이 보낼 7명의 낯선 사람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다. 초면이라 아는 것은 전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라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부피와 무게의 사진 장비가 그 증거였다.

고비사막

고비사막

독수리를 만나다

독수리를 만나다

몽골 항공을 타고 인천을 떠나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까지 4시간. 몽골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었다. 해발 1,300m 높이 고원지대에 위치한 도시라 그런지 확실히 하늘과 가깝다. 바로 머리 위에 떠 있는 듯한 구름이 신기하기만 하다.

울란바토르

울란바토르에 도착 후 바로, 준비된 차를 타고 고비사막으로 향하는 길목, 바가 가즈링 촐로(Baga Gazryn Chuluu)로 이동한다. 265km, 한국 같으면 3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6시간 넘게 걸렸다. 밤 깊은 때에 도착했으니 숙소에서 쉬는 것이 당연하지만 잠잘 수 없었다. 검은 하늘에 촘촘히 박혀 빛나고 있는 수많은 별을 보는 순간 생각은 오직 하나! 은하수 사진을 찍자. 지구 밖 우주에 수많은 행성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많아도 많아도 이렇게 많았다니. 너무 많은 별을 만나게 되니 생경하여 살짝 겁이 날 정도였다. 두 시간 정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별을 찍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첫날 만난 은하수

첫날 만난 은하수

바가 가즈린 촐로
흔한 비포장도로

흔한 비포장도로

겨우 3시간 정도 잠을 잤을까? 날이 밝자마자 홍고린 엘스 khongoryn els로 향한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지프차의 타이어가 터졌다. 매우 흔한 일인 듯 현지 드라이버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여분 타이어를 꺼내 교체를 한다. 워낙 험한 길을 달리기 때문에 타이어 손상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덕분에 잠시 멈춰서 초원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소, 낙타, 양, 염소 등의 동물이 무리 지어 다니는데 돌보는 사람은 눈 씻고 찾아도 없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기르는 동물이지만,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자유로운 시간을 허락받은 행복한 모습이다. 목가적인 몽골의 초원 풍광은 그림 그 자체였다.

자유로운 염소들

자유로운 염소들

초원에 무리 지은 소 떼

초원에 무리 지은 소 떼

말 네 마리가 함께 달려온다

말 네 마리가 함께 달려온다

고비사막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사막으로 길이가 180km나 된다. 고비사막 중에서도 홍고린 엘스는 가장 아름다운 사막의 풍경을 보여주기에 전 세계 여행자들의 모여드는 곳이다.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는 허허벌판 위에 세워진 게르 캠프촌으로 레스토랑, 공용 샤워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시간제한이 있긴 하지만 무선 인터넷까지 제공된다는 것이다. 홍고린 엘스 게르에서는 3일을 머문다.

고비사막과 낙타 떼

고비사막과 낙타 떼

노을지는 고비사막

노을지는 고비사막

모래 언덕에서 샌드 보드 타기, 말 또는 낙타 타고 사막 속으로 들어가기 등 홍고린 엘스에서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여행에 동참한 사람들의 목적은 분명했다. 오직 사진. 거대한 사구 속에서 온몸에 모래바람을 맞으며 카메라에 고비 사막을 담았다. 여명과 석양이 펼쳐지는 고비사막의 하늘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워 사람을 멍하게 만든다. 사물의 크기나 시선이 닿는 곳까지의 거리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광활한 땅 위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미력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노을을 뒤로 사구를 걷는 낙타

노을을 뒤로 사구를 걷는 낙타

홍고린엘스 마부

홍고린엘스 마부

헝그린 엘스

그저 감탄만 이어지던 고비사막에서의 3일을 뒤로하고 다시 21세기 세상으로 돌아온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인 테를지 국립공원. 몽골의 알프스라고 불릴 정도로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공원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전자제품 충전이 가능하고 깨끗한 시설에서 샤워도 즐긴다. 저녁 식사 또한 근사했다. 4일 만에 다시 경험하는 편리함과 풍요로움이다.

테를지 게르

테를지 게르

사람보다 커보이는 독수리

사람보다 커보이는 독수리

독수리의 강렬한 눈빛

독수리의 강렬한 눈빛

테렐지 국립공원

다음 날이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몽골에 도착 후 첫날밤에만 은하수를 보고 이후 홍고린 엘스에서는 내내 날이 흐려 별 사진은 포기해야만 했다. 다양한 동물을 찍은 것도 사막에서의 시간도 좋았지만 몽골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은하수였기에 테를지에서의 마지막 시간은 절대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초저녁에 올려다본 하늘엔 구름이 깔려 내 마음도 어두웠다.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별들의 등장은 화려했다. 카메라 장노출로 찍으면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별을 또렷하게 담을 수 있다.

테를지에서 마주한 은하수

테를지에서 마주한 은하수

은하수 촬영을 위한 카메라 설정

* 삼각대는 필수, 렌즈 화각은 광각일수록 좋다. * 카메라 설정 - 카메라 M (수동 모드) - 렌즈 초점은 무한대 맞춘 후 MF로 고정, 렌즈 조리개 최대 개방 - ISO는 테스트 샷으로 확인 후 조절(800-3200) - 셔터 스피드는 15-20초(더 길어지면 별이 길게 찍힌다) 위의 설정값이 모든 상황에서 최선은 아니기에 찍은 후 셔터 스피드와 ISO는 조절하는 것이 맞다.

테를지에서 마주한 은하수

테를지에서 마주한 은하수

쏟아질 것같이 많은 별이 내 눈앞에 펼쳐져,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한국에서는 이토록 선명한 은하수를 본 적이 없었기에 계속 위치를 바꿔가며 별 사진을 찍었다. 아마 그날 밤 뒤늦게 밀려온 구름이 아니었다면 잠 한숨 못 자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우연히 접하게 된 "은하수 촬영 출사"의 소식.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모한 도전이 필수다. 현실감 따위 버리고 떠난 그곳에서 비현실적인 세상을 실컷 만나고 왔다. 덕분에 지금도 내 마음속에 몽골의 은하수가 콕 박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