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여행자 시점 이스라엘

세시간전 | 2021-03-17 17:00읽힘 1512

기독교 성지순례 코스로, 자국의 다양한 매력을 한국에 소개하기 원하는 관광청의 초청으로, 이렇게 두 번 이스라엘에 발을 들였다. 두 번 다, 매우 까다롭고 주눅 드는 입국 심사를 거쳐야만 했다. 공항 직원은 경직된 표정과 거친 손길로 나의 짐을 다 풀어 헤치고 지난 방문국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몇 번이나 확인한다. 아무리 주변 국가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모든 사람이 테러리스트라는 전제하에 입국 심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불편한 과정이 지나고 나면 안전지대 같은 땅, 여행자에게 호의적인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글 사진 청금

성전에서 불 밝히는 성도

성전에서 불 밝히는 성도

정통파 유대인

정통파 유대인

봄의 언덕 텔 아비브

히브리 언어로 텔 아비브는 봄의 언덕이다. 파괴된 고대 이스라엘이 다시 재탄생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번화하고 현대적인 도시로 전체 인구의 반 정도가 실질적 행정수도인 텔 아비브에 살고 있다. 텔 아비브 벤 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 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스라엘은 인프라가 잘 짜인 풍요로운 도시의 이미지였다. 어느 나라나 대도시라면 마찬가지겠지만 텔 아비브의 밤 문화도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유흥가는 기본이고 거기에 유대교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성소수자만의 클럽도 꽤 많았다. 개인적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선입견은 확실했기에 텔 아비브의 밤 문화가 조금은 충격이었다.

텔아비브 밤거리

텔아비브 밤거리

텔아비브 유흥가

텔아비브 유흥가

텔아비브

지프 투어로 광야 체험

기독교인에게 광야는 특별한 의미이다. 광야는 육신의 고난과 고독만 존재하는 곳이라 자연스럽게 신을 찾게 되는 장소다. 이스라엘은 면적의 60%가 사막 지형이다. 그렇기에 이스라엘 여행을 하다 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막, 광야를 지나게 된다. 그 광야 속으로 들어가 오프로드를 즐기는 현지 투어가 있다. '유대 광야 지프 투어'로, 숙련된 가이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박 2일 동안 사막과 협곡을 둘러본다.

유대 광야 지프 투어

유대 광야 지프 투어

지프 투어 중 만난 광야

지프 투어 중 만난 광야

먼지를 날리며 달리다 성서 속 이야기가 담긴 장소, 파노라마 뷰가 기가 막힌 곳에 내려 풍광을 감상하게 된다.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마치 다른 행성인 듯 생경하기만 한 풍광이다.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즐기는 투어임에도 대자연의 위엄에 눌리게 되는데 수천 년 전 사람이 이곳에서 느꼈을 공포는 말해 뭐 할까.

지프 투어 중 만난 광야

지프 투어 중 만난 광야

지프투어 롯의 처 소금기둥

지프투어 롯의 처 소금기둥

사막 지형, 소금 협곡이 펼쳐지는 광야에서 성경 속 인물 여럿을 떠올린다. 그리고 잠시나마 내 속에 그들의 마음을 얹어 본다. 물론,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도 액티비티 한 투어로 매우 인기가 많다.

지프 광야투어

지프 광야투어

유대 광야

죽음보다 깊은 아름다움을 품은 사해

사해로 이어지는 90번 도로

사해로 이어지는 90번 도로

사해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걸쳐있는 염호인데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넓은 호수다. 사해의 수면은 평균 해수면보다 395m나 낮아 지구에서 고도가 가장 낮은 지점이다. 건조 기후의 특성상 유입되는 물의 대부분이 증발이 되고 염분만 남아 바닷물보다 여섯 배나 높은 염도의 호수가 되어 버렸다. 수중 생물이 살 수 없기에 죽음의 바다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이름과는 다르게, 고급 호텔이 즐비한 것이 아름다운 휴양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해를 즐기는 사람들

사해를 즐기는 사람들

휴양지의 모습을 한 사해

휴양지의 모습을 한 사해

사해를 즐기는 사람들

사해를 즐기는 사람들

사해에서는 몇 가지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높은 염분 함량으로 인해 물속에서 몸이 붕 떠오른다. 공기 중 산소가 많아 머리가 맑아지고 불면증이 사라진다. 높은 미네랄이 포함된 사해 머드는 피부 미용에 뛰어난 효과가 있고 피부병도 치유된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에서 많은 이들을 이곳에 방문한다. 지구 어디에서도 또 찾아볼 수 없는 천혜의 관광 자원이다. 이 정도면 이스라엘 사해는 분명 신이 허락한 선물이다.

사해를 즐기는 사람들

사해를 즐기는 사람들

신이 허락한 선물, 사해

신이 허락한 선물, 사해

사해

성서의 땅 예루살렘

기독교인으로서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의미를 두는 곳은 단연코 예루살렘이다. 성경을 읽으며 수없이 머릿속에 그림 그렸던 곳. `평화의 도시`란 뜻인 예루살렘은 해발 800m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름과는 다르게, 구약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아시리아, 페르시아, 이슬람 등 여러 제국에 의해 침략을 당하며 3000년, 고난의 역사를 기록한다. 현재에도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로서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땅이기도 하다.

감람산 방문자들

감람산 방문자들

예루살렘에서 처음 방문한 곳은 올리브 산이라고도 부르는 감람산이다. 감람산은 예수님의 행적과 관련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예수승천 교회, 주기도문 교회, 주 눈물 교회, 막달라 마리아 교회가 있어 전 세계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스러운 곳이다.

주기도문 교회

주기도문 교회

눈물의 교회

눈물의 교회

개인적으로 감람산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감람산 중턱 공동묘지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곳에 묻히는 것을 가장 큰 영예이자 소망으로 여긴다. 첫 부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공식적인 무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람산 공동묘지

감람산 공동묘지

감람산에서 보는 구시가지

감람산에서 보는 구시가지

감람산,올리브산

감람산을 내려와 도착한 곳은 통곡의 벽. 나라 잃은 유대인들이 모여 자신들의 처지를 슬퍼하며 통곡하고 기도한 장소이다. 원래는 500m가 넘는 길이의 성벽이었으나 전쟁으로 훼손되어 지금은 약 60m 정도만 남아 있다.

통곡의 벽 기도하는 사람들

통곡의 벽 기도하는 사람들

통곡의 벽 앞 기도하는 사람

통곡의 벽 앞 기도하는 사람

현재 이스라엘은 역사에 없었던 평온한 시기를 보내고 있으나 여전히 수많은 유대인들이 매일 이곳에서 기도를 드린다. 특이한 것은, 소원을 적은 쪽지를 성벽 틈새에 끼워 간절함을 남긴다. 수많은 이들의 강렬한 염원이 담긴 곳이라 덩달아 숙연해지는 곳이다.

통곡의 벽 기도하는 사람들

통곡의 벽 기도하는 사람들

통곡의 벽

자전거로 누비는 예루살렘

황금돔

황금돔

이스라엘을 떠나는 날이다. 한국행 비행기 탑승까지 한나절 남았다. 이 시간을 이용하여 예루살렘 자전거 투어를 즐겨 본다. 전문 가이드를 따라 영어 설명을 들으며 예루살렘 곳곳을 누빈다. 회당과 교회, 모스크, 유적, 무덤, 수도원, 수로, 사무실, 쇼핑센터, 학교, 극장 등 일정한 순서 없이 뒤죽박죽 얽혀 있는 시내를 달리기에 전혀 다른 모습의 풍경이 빠르게 휙휙 지나간다. 비포장도로와 언덕길도 꽤 많아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힘들지만 잠시 쉬며 바라보는 예루살렘의 모습은 모든 수고를 잊게 해 줄 정도로 멋지다.

예루살렘 지도

예루살렘 지도

예루살렘 구시가지

예루살렘 구시가지

자전거 투어의 마지막 종착지는 이스라엘 박물관이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와 문화를 담은 곳이다. 모든 전시 중, 성서와 고고학 유물을 관람하는 곳에서는 좀 더 오래 머물게 된다. 관광으로 방문했지만 내가 믿는 기독교의 뿌리를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대 예루살렘을 50:1 축적 모형으로 만든 야외 전시 작품은 너무나 사실적이었다.

이스라엘 박물관 축적 모형

이스라엘 박물관 축적 모형

이스라엘 박물관에서

이스라엘 박물관에서

금방이라도 사람들이 집에서 나와 골목을 걸을 것처럼 생생하게 만들어 놓았다. 자전거 투어로 이스라엘 일정을 깔끔하게, 보람차게 마무리한다. 이 맛에 어느 도시에 가든 자전거 투어를 선택하게 된다.

예루살렘 감람산을 순례중인 종교인

예루살렘 감람산을 순례중인 종교인

율법을 공부하는 청년들

율법을 공부하는 청년들

소수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이스라엘. 9일 동안, 변화무쌍한 체험을 하고 떠난다. 비록 내가 믿는 예수의 흔적은 역사 속 유적지 정도에만 남아 있지만, 그분이 십자가를 지고 오르신 길, 사람들과 어울리셨던 올드 시티 그리고 외로이 기도하셨던 광야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나의 이스라엘 여행은 매우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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