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은 ‘순천만’ 뿐이라는 당신에게
우리가 순천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대표 명소 ‘순천만국가정원’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가 문을 걸어 잠글지 모르는 코시국에, 하필 ‘순천만’이 문을 닫았다면? 혹은 ‘순천만’은 다녀왔으니 순천 여행은 이제 끝이라는 당신에게, 순천 구석구석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매력들을 보여주려 한다. 글 사진 예림
역 근처 힙한 카페‘브루웍스’
대형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 ‘브루웍스’는 KTX 순천역에서 도보 7분 거리에 위치한다. 순천에 도착하자마자 들릴 수 있는 멋진 카페이기도 하고, 순천을 떠나기 전 기차를 기다리면서 여유롭게 쉬어도 좋을 편안하고 넓은 카페이기도 하다.
브루웍스에서는 시선을 사로잡는 각종 인테리어 장식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과거 곡물 창고로 쓰였던 곳을 요즘 시대에 걸맞게 개조한 과정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일반 카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브루웍스’에서는 커피 교육과 콘서트, 공연 등 각종 경험을 제공하니, 기회가 된다면 일정에 맞춰 들려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 10:00 – 23:00 💸 ICE얼그레이 5.3 벌꿀아이스크림 6.0
역사가 살아있는 문화의 거리
본격적으로 순천의 매력을 알아보자. 중앙사거리에서부터 쭉 뻗은 문화의 거리에는 울창한 은행나무와 한적한 상점들이 길게 늘어져 있다. 평범해 보이던 상점들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이곳의 특별함을 발견하게 되는데.
문화의 거리 상점들은 옛 정서를 가진 예술인들의 공방들로 이루어졌다. 문화의 거리를 걷다 보면 향교, 서원 등 옛 모습을 보존한 곳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공방들 역시 이런 간절한 마음과 노력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을 이루지 않았을까? 현대와 근대, 과거가 공존하는 문화의 거리에서 나만의 취향에 맞는 공방을 만날지도 모른다.
오래된 한정식집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한옥글방’은 문화의 거리 내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한옥만의 고즈넉함을 느끼며 여기서 잠시 쉬어 가도 좋겠다. ‘한옥글방’ 이외에도 문화의 거리에는 구경거리가 많으니 천천히 둘러보길 바란다. 현대적인 거리에 들어선 한옥들과 손때 묻은 작품들이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테니. ⏰ 평일 10:00 - 19:00, 주말 10:00 - 18:00
기와 골목 청년들의 ‘옥리단길’
문화의 거리에서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등장하는 순천의 핫플레이스, ‘옥리단길’. 청년 사업가와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어 골목골목에는 잘 꾸며진 상점들과 카페, 음식점들이 밀집했다. 이 중에 꽤 많은 상점들이 기와를 얹고 있는데, 그 모습도 현대적인 감각과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옥리단길’에서 눈에 띄는 벽화를 발견한다면 바로 카페 ‘랑께’에 도착했을 것이다. 가정식 주택으로 꾸며진 ‘랑께’는 입구부터 따뜻하고 친근한 인사를 건네오는 듯하다. 전라도의 구수한 사투리가 담긴 시그니처 음료 ‘크피랑께’의 귀여운 매력은 덤이다.
아담한 카페이지만 알차게 꾸며 놓은 구석구석이 다 포토 스폿이니 만족스러운 사진도 건질 수 있겠다. 고소한 커피향과 함께 가정집이 주는 아늑함을 담뿍 머금고 소소한 행복을 누려보자. ⏰ 12:00 – 21:00,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 크피랑께 5.5 흑임자라떼 5.5
‘옥리단길’에는 순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사진관, ‘이층미술관’이 있다. 컬러풀한 레트로 의상과 오묘한 색감이 더해진 ‘이층미술관’만의 감성은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사진 찍을 때는 웃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정색하세요’라는 작가님의 주문은 이곳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알려준다.
구비되어 있는 가지각색의 레트로 의상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쉽게 입어볼 수 없는 의상을 사진 몇 장만으로 남기기에는 너무 아쉬울 것이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달래 줄 비하인드 컷 촬영! 유쾌한 작가님과 즐거운 촬영을 마치고 나면, 조명 뒤편에서 마음껏 기념사진을 찍을 시간이 주어진다. ⏰ 12:00 – 21:00, 예약제, 매주 일요일 휴무 💸 촬영(인당) 25.0 의상대여 5.0
와온해변은 꼭 와온!
순천을 떠나기 전 꼭 가야 할 곳이 있다. ‘순천만’에 가려 그 빛을 다 발하지는 못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풍경 맛집 ‘와온해변’. 한적하고 고요한 ‘와온마을’은 다소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와온해변’의 절경만큼은 놓치지 않길 바란다. 와온해변의 절경은 해가 저물면서 시작된다.
노을빛이 서서히 마을을 물들이면, 평범했던 시골마을은 어느새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꾸밈이 없는 동네의 순박함이 오히려 진솔하게 다가와, 번듯한 여행지보다 더 큰 선물을 줄지도 모르겠다. 정겨운 슈퍼에서 간식을 사 들고 천천히 마을과 해변을 구경해보자. 고양이와 새들, 갯벌 위로 보이는 다양한 생물들이 친구가 되어주는 듯하다.
갯벌의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곳. 해가 비치는 곳은 물론, 빛을 등지고 어두워가는 반대편 해변도 그 나름의 멋을 가지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색이 눈앞을 가득 메우는 와온해변.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적당한 장소에 앉아, 선물 같은 풍경을 만끽하자. 자연적으로 생긴 갯벌의 물길을 따라 노을빛이 반사되어 아름다운 절경을 이룬다. 자동차가 아닌 ‘와온해변’에 하루에 한 번 다니는 마을버스를 타고 왔다면, 이 멋진 풍경을 보다가 버스를 놓치는 일이 없게 주의해야겠다. 해가 지면 금방 깜깜해지니, 적당한 휴식을 즐기고 버스 시간을 확인하자!
‘와온해변’의 노을 끝자락까지 왔다면, 이제 순천에서의 소중한 기억을 잘 간직하고 담아둘 준비를 해야겠다. 자신들만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순천의 문화와 예술, 거기에 더불어 독보적인 자연경관까지. 순천은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선선한 날씨에 순천을 찾은 이들, 순천의 숨은 보석들을 꼭 발견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