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비 0원! 초저가 미니멀 차박 세팅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고 여행지에 대한 선택지가 '국내'로 한정되어 버린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국내로 집중되는 상황이지만, 국내 어디를 가더라도 해외만큼의 큰 감흥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 여행도 '어디'보다는 '어떻게'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면 생각보다 버라이어해 질 수 있다. 오늘은 국내 여행을 꿩 대신 닭도 아닌, 병아리쯤으로 시시하게 느끼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차박'이라는 치트키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글 사진 유랑쓰
왜 차에서 자냐고?
*차박: 설치형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차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행위 차박을 하면 호텔, 민박 등 숙소의 위치에 동선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다.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요트 여행처럼, 차만 세울 수 있으면 어디든 숙소가 되는 것이 바로 차박의 매력이니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든 시동만 걸고 출발하면 되는 기동성 또한 차박이 주는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뿐인가? 차박을 하면 여행 경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숙박비가 0원이 되는 것은 덤이오, 트렁크 문만 열고 나오면 눈 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뷰를 감상할 수 있다.
팬데믹 이후로 국내 여행자들에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차박.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데, 막상 시작하자니 이것저것 사야 하고 돈 엄청 드는 거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바로 경기도 오산이다! 자동차만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게 바로 차박이다.
차박 세팅에 정도가 어디 있겠냐마는 필자의 차박 전국 일주 경험담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만들어낸 미니멀 차박 세팅의 팁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미니멀 차박 세팅
1️⃣ 차량 평탄화는 필수! 얼마까지 써야 하냐고? 평탄화란 자동차의 1열 뒷공간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말하는데, 차박의 준비는 ‘차량 평탄화’에서 시작된다. 차박을 하려면 자동차 좌석의 2열과 3열을 접어 누울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대부분의 차량은 2열과 3열의 높낮이가 다르기 때문에 차박을 떠나기 위해서는 두 열간의 단차를 좁히는 평탄화 작업이 필요하다.
간혹 2열과 3열의 좌석을 접는 것만으로도 차량 평탄화가 되는 차종들이 있긴 하지만, '차박' 한번 해보려고 신차를 구매할 순 없지 않은가? 차량 평탄화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충분히 셀프로도 가능한 작업이다. 초록창에 ‘차량 평탄화 방법’에 대해 검색해보자. 차량 평탄화와 관련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공기를 주입해 매트를 설치하는 방식인 에어매트부터 차종에 맞게 목재를 재단해 평탄화를 진행하는 방법까지 종류는 어찌나 많은지, 그에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 차박 한번 해보려 했다가 세팅에만 고급 펜션 1박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365일 중에 차박을 하는 날이 얼마나 된다고 매트를 또 구매할까.
필자는 2010년형 쏘렌토R을 끌고 인생 첫 차박이자 전국 일주를 떠났다. 대부분의 차량이 그렇듯 쏘렌토도 마찬가지로 2열과 3열 사이의 단차를 제거하는 것이 차량 평탄화의 핵심이었다. 이때 필자는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 박스’를 활용했다. 2열과 3열의 단차가 줄어들 때까지 3열에 종이 박스를 여러 장 겹쳐 올려 단차를 해결했고, 2, 3열 시트 위에 발포 매트를 깔아 다소 지저분해 보이는 모양새를 정돈했다.
2️⃣ 좀 더 안락한 잠자리를 위한 세팅 평탄화된 시트 위에 얇은 토퍼나 에어매트, 자충 매트 등을 올려주면 웬만한 호텔 뺨치는 침실이 완성된다. 필자의 경우 차박 초기에는 집에서 굴러다니던 얇은 토퍼를 올려 사용했고, 백패킹용 에어매트를 구매한 이후에는 에어매트만 트렁크에 넣어두고 필요시마다 에어매트를 꺼내 사용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들이 아니더라도 평탄화된 시트 위에 돗자리, 침낭, 이불 등 어떤 것을 깔아도 상관없다. 여기서 핵심은 굳이 큰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만으로도 차박을 세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처음 시작하는 차박부터 너무 많은 장비를 구매해서 시작하기보다는 일단 한번 저질러 보자.
3️⃣ 쾌적한 차박을 위한 초저가 필수템 블라인드나 커튼이 없는 채광 좋은 침실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어떨까? 차를 어떤 장소에 세웠는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창문 햇빛 가리개’는 채광 좋은 침실에서 커튼이 하는 역할만큼이나 소중한 아이템이다.
해가 뜨면 창문 사방으로 햇살이 새어 들어온다. 여름철엔 특히 해가 일찍 뜨기 때문에 햇빛 가리개로 창문을 막지 않으면 눈이 부시다 못해 멀 것 같아 잠이 깨는 미라클 모닝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인터넷에 ‘카 커튼’ 이나 ‘자동차 햇빛 가리개’를 검색하면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을 만날 수 있으니, 햇빛 가리개 만큼은 꼭 준비해가자. (필자의 경우 창문에 끼워 쓰는 5천 원짜리 햇빛 가리개를 사용했다.) 빛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카 커튼과 더불어 안대도 준비해 갈 것을 추천한다.
차박에도 종류가 있다
지금부터는 내가 떠나고 싶은 ‘차박의 종류’를 정할 차례다. 꽤 다양한 방식의 차박러들이 있지만 아주 큰 덩어리로 차박의 종류를 구분하자면 ‘스텔스 차박’과 ‘차박 캠핑’으로 나눌 수 있다.
1️⃣ 스텔스 차박 스텔스 차박은 텐트나 별다른 장비 없이 잠만 자는 차박을 말하는데, 밖에서 봤을 때 주차인지 차박인지 알아보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차량 평탄화와 가벼운 침구류 정도만 있으면 언제든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 때문에 필자가 가장 자주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2️⃣ 차박 캠핑 차박 캠핑은 말 그대로 차박과 캠핑을 결합한 방식인데, 잠자리가 텐트 대신 자동차인 점을 제외한다면 캠핑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 스텔스 차박 vs 차박 캠핑 🤔 차박을 준비하기 전, 먼저 차박을 하려는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추천한다. 차박을 하는 목적이 ‘캠핑’이 아닌 ‘여행’에 가깝다면, 기억해야 할 차박의 핵심은 '미니멀'이다. 필자의 경우 여행이 목적이었지만 차박 캠핑을 하면서 전국 일주를 할 계획을 세웠는데, 실제로 실행해보니 그 결과는 참혹했다.
필자가 선택한 ‘차박캠핑’은 스텔스 차박에 비해 필요한 장비(테이블, 의자, 버너, 연료, 냄비, 접시, 수저, 아이스박스 등)들이 너무 많았고, 여기에 인스타 감성이라도 한 스푼 얹으려다 보면 차박 세팅만 하다가 날 새는 건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버너에 불을 붙이는 순간 낭만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커지는 경험을 하며 필자가 선택한 대안은 결국 ‘외식’ 이었다. 식사는 주변 음식점에서 해결하고 차에서는 잠만 자는 스텔스 차박을 하고 나서야 '차박이 주는 간편성이란 이런 거였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취사’ 하나만 포기했을 뿐인데 굳이 애써가며 차박지를 검색해볼 필요도 없을뿐더러, 차를 세울 수 있는 어느 곳이든 근사한 집이 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스텔스 차박이라고 해서 꼭 멋진 뷰에서의 식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우리에겐 아직 ‘포장’이라는 치트키가 남아있기 때문! 여행지 주변에서 포장해온 맛있는 음식과 맥주 한 캔이면 트렁크 안에서 최고의 밤을 보낼 수 있다. 📌 여기서 주의할 점!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치운다'는 생각으로 차박지에서의 쓰레기는 되가져가거나, 지정된 장소에 버리는 에티켓을 잊지 말자.
*유랑쓰는 30대 초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 없이 사는 삶’ 이라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도전한 부부다. 일명 금융소득으로만 살아가는 파이어족이자 MZ 세대인 유랑쓰는, 발길 닿는 대로 하루하루를 여행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일상이 여행이고, 여행이 일상인 특별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유튜브 영상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