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제주 액티비티🏞 리얼 오프로드의 세계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넘실대는 제주도는 일상의 틈이 생길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워너비 여행지다. 감성 카페로 시작해 딱새우와 흑돼지로 끝나는 뻔한 일정이더라도 제주에 몸담은 자체로 행복하기만 하다. 그래도 가끔은 익숙한 여행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색다른 이벤트가 필요하다.
오름과 연못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원시 숲과 초대형 험비. 제라진 캠프의 오프로드 체험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위풍당당 험비의 등장
오프로드는 사륜구동 차량을 이용해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달리는 매운맛 액티비티다. 금방이라도 차가 뒤집어질 것 같은 거친 드라이빙을 마치고 나면 두려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짜릿한 쾌감만 남는다. 코스가 비현실적일수록, 엔진의 굉음이 커질수록, 고비를 거듭 이겨낼수록, 흥분 지수는 수직 상승한다. 제라진 캠프는 여기에 말 떼와 오름, 연못 등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들을 더해 오프로드의 매력을 120% 끌어올렸다. 제주도 방언으로 제대로, 진짜로 라는 뜻을 가진 ‘제라진’을 업체명으로 사용한 것도 제대로 된 오프로드를 경험하게 해 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오프로드에 사용되는 차량도 독특하다. 코란도 롱바디 프레임에 랭글러 바디를 얹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성을 살렸다. 5월부터는 미군의 고기동 다목적 차량으로 유명한 험비(HMMWV)도 출격한다. 그동안 단독 차고지에 보관하며 몇몇 관계자에게만 공개해 온 제라진 캠프의 보물이다.
성인 여성의 허리 높이만한 타이어와 육중한 덩치를 보면 저절로 감탄이 새어나온다. 전천후 주행능력을 자랑하는 최고의 군용차량이었던 만큼 랭글러보다 스펙터클한 체험이 가능하다.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리얼 오프로드
우리 일행은 운 좋게도 정식 운행을 앞둔 험비를 시승하게 되었다. 운전대는 제라진 캠프의 대표이자 25년 경력의 드라이브 마스터 한초이가 잡았다. 차고도 높고 내부 구조도 독특해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애를 먹었지만, 일단 자리에 앉고 보니 전망대에 오른 것처럼 시야가 탁 트여 기분이 좋아졌다. 험비는 캠프 뒷길로 이어진 시멘트 포장 길을 따라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무슨 상상을 하든 그 이상일 겁니다.” 마스터의 결연한 당부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오프로드의 진짜 무대인 13만 평 초원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목장은 개인 땅 된 거우다. 고사리 끊는 거 명백한 죄 마씀. 목장 관리에 훼방짓일랑 해봅써~ 법보다 망신살 먼저 뻗치게 될테쥬. 함부로 드나들지 맙써게!”
선새미 목장 입구에 붙은 경고문이 재미있다.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열리자 빽빽한 숲 사이로 간신히 차 한 대 지나갈만한 좁은 흙길이 보였다. 마스터는 기다렸다는 듯 엑셀을 밟았다. 흔들흔들 들썩들썩. 울퉁불퉁한 노면의 상태가 엉덩이로 솔직하게 전해졌다. 본격적인 오프로드가 시작된 것이다.
길 쪽으로 뻗은 나뭇가지들이 차체를 신나게 긁고 때리기를 5분. 거짓말처럼 눈앞에 너른 초원이 나타났다. 거대한 웃밤오름을 병풍 삼아 평평한 대지와 이름 모를 숲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이다. 오름 앞에는 벵뒤못이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평지에 고인 얕은 웅덩이라지만 어리연과 물장군이 서식하는 어엿한 생태의 일부다. 사철 수량이 일정해 운이 좋으면 옆 목장에서 찾아온 말들이 목을 축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오름과 목장을 품은 벵뒤못은 제주 내에서도 희귀해 CF 및 방송 촬영 명소로도 사랑받는다. 최근에는 아이오닉 5 광고와 tvN <바퀴 달린 집> 촬영이 이루어졌다.
험비는 다시 속도를 내어 바다와 한라산 사이 어딘가의 제3세계를 마음껏 휘젓고 다녔다. 체감 경사각이 50도쯤 되어 보이는 가파른 오르막도 험비의 질주에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붕 뜨고 가라앉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서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낄 뿐이었다.
INFO.
오프로드는 12km 길이의 16개 코스로 세분화되어 있다. 마스터가 로드 컨디션과 기상 상황에 따라 코스를 임의 결정하므로 체험자가 직접 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벵뒤못과 해발 305m 언덕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언제나 동일하다. 투어는 자유 시간을 포함해 약 45분 만에 마무리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핫플에 가려진 제주의 진짜 매력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하다.
재미와 안전을 동시에 책임지는 드라이브 마스터
자연과 더불어 거칠게 살아가는 한초이 마스터에겐 20년간 광고디자이너로 일한 반전 과거가 있다. 오프로드는 업무 스트레스에서 그를 해방시켜주는 비상 탈출구였다. 처음에는 취미였지만 다년간의 내공으로 대회에 입상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 11년 전 제주에 입도한 후로는 오프로드를 유료 상품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오프로드가 동호회 활동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당시 분위기로 보면 발상의 전환을 이뤄낸 것이 분명하다.
마스터는 안전한 오프로드 체험 문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영업책임보험과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탑승 자격을 꼼꼼히 체크한다. 임산부를 포함해 허리 수술을 받았거나 외상을 입은 사람은 탑승이 제한될 수 있다. 오픈카인 험비와 랭글러 탑승객에게는 헬멧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프로드 자체가 위험하다기보다 나뭇가지에 의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사고는 0건이다. 참고로 마스터의 튜닝 실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모든 차량은 안전 승인을 받을 만큼 튼튼하니까.
방문 전 확인해보자💡
⏰ 체험시간 : 10시, 11시, 12시, 14시, 15시, 16시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요금 : 1인 39,000원, 험비 45,000원 (만 3세 이상 탑승 가능) ✔️ 오프로드 체험이 이루어지는 윗밤오른 인근 선새미 목장은 제라진 캠프의 사유지이므로 무단출입이 불가합니다.
※ 위 정보는 2021년 5월에 등록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처ㅣ한국관광공사 글ㅣ양자영 사진ㅣ소랑사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