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외항사 승무원이 알려주는 쉿! 비공개 업무

2021-03-16 17:30
조회수 2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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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목적지로 향하는 길. 어느 항공사의 비행기를 탈까 고민하는 시간은 언제나 질리지 않는 설레는 경험이다. 유럽, 미주, 중동, 동남아 등 각 항공사는 제각기 다른 국가의 색깔을 나타내 듯 조금씩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각국의 문화, 전통을 표현한 그들만의 유니폼을 뽐낸다. 승무원의 낯선 유니폼과 서비스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차이에서 우리는 여행지의 '느낌'을 미리 읽게 된다.

글 사진 김보황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에서 일할 당시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에서 일할 당시
당시 입었던 승무원 유니폼
당시 입었던 승무원 유니폼
모든 입국 절차를 마치고 여행지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기분으로 올라탄 비행기. “안녕하십니까? 오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승무원을 보면 여행의 시작이 실감 난다. 자, 그러면 여기서 질문. 승무원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이, 착륙 시 기내 안전을 점검하고 '비행기'에서 식음료를 서비스해주는 사람”이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아마 승무원의 업무를 이제 ‘반’ 정도 아는 것이다.

아니, 여러 번 비행기 타 본 사람으로서 지켜본 바를 말했는데 이게 다가 아니라니? 호기심 가득한 이들을 위해, 현직 외항사 승무원이 승객은 모르는 숨은 업무를 공개한다.

Q.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춰 비행기로 출근하나요?

비행 2시간 전, 비행기가 아닌 본사 내의 브리핑 룸으로 출근해요. 출발시각 90분 전까지 회사로 가서 출근기록을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비행이 아침 7시라면 최소한의 기상 시간은 새벽 3시. 단정하게 쪽머리를 하고 풀메이크업을 마친 후, 본사 내 브리핑 룸으로 향해요. 비행 출발시각보다 2시간여 일찍 회사에 도착해야 업무가 시작되는 거죠.

매 비행 전에는 안전규율 관련 랜덤 퀴즈를 통과해야만 해요. 비상 탈출, 화재 시 구역별 행동강령, 안전 및 의료용품 점검항목과 기종별 위치 등에 대한 퀴즈인데, 2번 이상 정답이 아닐 시 비행에 참여할 수가 없어요. 오프로드(off-load) 당한답니다.
해당 관문을 통과한 후, 사무장의 주도하에 그날 노선의 정보, 주의점, 도움이 필요한 승객의 정보 등을 전해 듣는 브리핑에 참여해 그날의 팀원들을 만날 수 있어요. 브리핑이 끝나면 미니버스를 타고 항공기로 이동합니다.

나의 근무처
나의 근무처

Q. 비행기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무슨 일을 하나요?

승객 탑승 직전까지가 정말 바빠요.
방송 시스템, 안전용품 점검 후 사무장의 지시에 맞춰 시큐리티 서치를 시작합니다. 혹시라도 있을 의심스러운 물건을 찾아 각 좌석 밑, 틈, 앞 좌석의 주머니 안, 좌석과 비행기 본체 사이 좁은 공간까지 샅샅이 살피는 과정인데요. 테러 및 보안위험으로부터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랍니다.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맡은 구역의 전 좌석을 그렇게 살피고 나면 승객 탑승 전부터 땀이 나기 시작해요.
또한, 특별 기내식과 서비스 아이템들이 제대로 실렸는지 케이터링 팀의 직원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요. 탑승객 수에 맞는 일반 기내식 트레이 숫자뿐만 아니라 100개의 채식 기내식이 실리면 100개를 하나하나 다 세며 더블체크를 한답니다.

이륙 후 사용할 기본 서비스 아이템 준비를 하고 있으면 사무장의 승객 탑승 방송이 안내돼요. 조금 전까지 기내를 뛰어다닌 일이 없었던 척, 프레쉬한 미소로 맡은 보딩 포지션에 가서 드디어 오늘의 승객을 맞이합니다.
승객들이 떠난 후 기내에서
승객들이 떠난 후 기내에서

Q. 장거리 비행에서 따로 휴식 시간은 없나요?

승무원들도 근무 중 최소 휴식 시간이 법에 의해 규정되었어요. 그렇다 보니 실제 비행시간이 14시간 정도 되는 장거리에서는 두 팀으로 나누어 번갈아 가며 휴식을 취합니다. 승객들이 오가는 곳에서 휴식은 힘들겠죠? 그래서 장거리용 기종에는 승무원들의 휴식공간, 벙크(Bunk)가 숨겨져 있어요.
승무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
승무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
벙크라고 불리는 1인용 침대 공간인데요. 약 3시간 정도 휴식을 취해 줍니다. 담요와 뜨거운 물병을 안아 들고 기내 뒤쪽으로 향해가는 피곤한 모습의 승무원을 보셨다면 휴식을 취하러 가는 중이니,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듀티 중인 크루를 찾아주세요!

Q.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일을 해야 하나요?

종종 그렇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요. 하나의 스케줄 사이클은 보통 두 섹터의 비행을 해요. (예시: 목적지인 멜버른까지 열심히 일하며 비행. 멜버른에서 여행자에 빙의해 체류 시간 동안 여행을 즐기고 다시 노동자의 마음으로 베이스 나라로 컴백.)
그러나 가끔 노선별 운영 이유에 따라 근무 중이어도 손님으로 타는 행운이 주어지기도 해요. 손님으로 비즈니스 좌석에 앉아 가며 돈도 버는 듀티, ‘데드헤딩 Deadheading'이라고 부른답니다.
데드헤딩 당시
데드헤딩 당시
회사의 필요에 따라 한 섹터만 일하고 한 섹터는 손님으로 복귀하는 거죠. 만석이 아니라면 비즈니스 좌석에서 비행하는 회사 측의 배려를 받게 되는데요. 멜버른에서 복귀 당시, 약 13시간의 장거리 비행에서 손님 역할로 비행하며 돈도 벌었던 행복한 추억이 있어요.

Q. 손님들에게만 식음료를 서비스하나요?

승무원이 케어하는 사람은 탑승객뿐만이 아닙니다. 손님들은 볼 수 없는 승무원의 또 다른 손님이 있어요. 바로, 기장&부기장을 위한 칵핏케어(Cockpit Care)입니다.
칵핏케어를 위해서 보통 앞쪽 갤리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이 30분마다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것이 있는지 상황 점검을 해요. 공간은 나뉘어 있지만 조종석과 기내는 늘 소통한답니다. 기장/부기장 다른 메뉴로 구성된 기내식도 인터폰을 통해 주문받고 방문을 알린 후 승무원이 조종실로 들어가 서비스해요.
여유가 있는 시간에는 같은 팀원으로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경치가 좋은 곳을 지나갈 때는 기내로 전화해주시는 스윗한 칵핏크루들이 많답니다. 탁 트인 조종실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산도 잊지 못해요.

근무처에서 보게 되는 하늘
근무처에서 보게 되는 하늘
근무처에서 보게 되는 하늘
근무처에서 보게 되는 하늘

Q. 비행기에서 아플 경우, 어디까지 대처가 가능한가요?

기본 응급처치뿐만 아니라 영어로 원격 의료진 연결은 물론 출산까지 대비되어 있어요.
기내에 비상약이 구비되어 있다는 건 다들 아실 텐데요. 두통, 소화제 같은 가벼운 증상용도 있지만 발작성 알레르기, 화상, 협심증, 심장마비와 같은 심각한 상황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랍니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그런 증상들을 알아차리고 의료진의 도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료상황에 대한 응급처치 교육을 받아요. 매년 자격을 갱신해야 하고요.
기내에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는데, 갑자기 출산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관련한 준비도 되어 있답니다. 승객의 일이라면 기내의 제한된 용품으로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려는 노력, 그것이 승무원의 업무랍니다.

아랍에미레이트 재직 당시
아랍에미레이트 재직 당시
* 글쓴이 김보황은 해외생활 8년 차 외항사 승무원이다. 항공업계의 UN 이라 할만큼 국제적인 에미레이트항공에서 근무하며 더 넓은 세계로 연결되고자 동경하던 홍콩으로 환승이직했다. 인싸 중의 아싸, 아싸 중의 인싸인 소심한 내적관종으로, ‘여행’으로써 끊임없는 새로움을 추구하며 세계 속 도시를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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